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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울타리

그녀가 간다!

M.미카엘라 2012. 11. 30. 13:35

 

“엄마, 그 학교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그런 학교가 아니예요. 특성화 고등학교 인식이 요즘은 달라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간다구요. 고정관념 갖지 마시고 엄마도 한번 알아봐주세요. 전 그 학교 갈래요.”

이게 지난 2월 무렵 소미가 내게 했던 말이다.

 

“전 입시공부만 해야 하는 학교보다 공부도 하고 즐겁게 학교생활 할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어요. 그렇다고 여기가 공부 안하고 놀려고만 하는 애들이 가는 그런 학교가 아니예요. 일반전형으로 가려면 내신 커트라인이 꽤 높아요. 저 2학년 때 성적 안 좋아서 지금 당장 지원한다면 합격을 보장할 수도 없어요.”

그러더니 3학년 시작되자 뚝 떨어졌던 2학년 때 성적을 조금씩 끌어올렸다.

 

“대학진학률이 서울 특성화고교 중 제일 높고 취업도 본인이 원하면 학교가 잘 연결해주신대요. 학교분위기가 정말 좋대요. 전 대학에만 목메지 않고 일단 먼저 선취업 후진학도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생활도 잘한 사람에게 기회가 많겠지만.... 암튼 여러 길이 열려 있어서 저는 이 학교가 편안하고 좋아요.”

그 후 나와 남편은 소미가 가고 싶어하는 학교에 대한 정보를 대략 파악했다.

 

“무엇보다 제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학교예요. 더구나 영상미디어과가 이 학교의 최첨단 실습 기자재를 가장 많이 쓸 수 있는 과래요. 촬영실 편집실 다 편하게 쓸 수 있게 해준대요. 진짜 끝내주지 않아요?”

가고 싶으면 꼭 가라 했더니 더 신이 났다.

 

“엄마, 그리고 난 이 학교가 믿음이 가는 게 여기 다니는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거예요. 정우언니가 그래요. 언니도 성당에서 학교 자랑 많이 해요. 학교가 학생을 위한 지원을 빵빵하게 해주고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귀찮아하지 않고 많은 걸 해주신대요. 그리고 무엇보다 특히 학교급식이 끝내준대요. 주변 학교에 소문날 정도로. 나 완전 좋아. 히히...”

급식 이야기를 할 땐 완전히 자기 학교 다된 것처럼 난리였다.

 

좀 다른 스타일로 진행된 두 번의 학교설명회 다녀오니 내게도 소미가 느끼는 믿음과 함께 유쾌한 즐거움이 생겼다. 딱 소미스타일의 학교였고 소미 같은 스타일의 애들이 좋아할 학교였다. 학교 홍보 동영상부터 놀랍게 세련되고 재미있고 아이디어가 톡톡 튀었다. 학부모와 지원자를 안내하는 학생들이 하나같이 밝고 발랄하고 친절했다.

 

마음이 가볍고 한가로웠다. 합격여부를 떠나 목표를 일찍 설정한다는 게 이리 좋은 건지 새삼 알았다. 고입성적 산출을 위해 기말고사를 일찌감치 치르고 난 뒤, 어느 고등학교를 가야 할까, 내 진로를 어떻게 정해야 할까 그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한 많은 친구들이 소미를 부러워했다는 말도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소미는 ‘OO 미디어고등학교’에서 합격통보를 받았다. 소미가 먼저 이 학교를 알아오고 이리저리 여러 정보를 알아보고 목표를 잡고 공부하고 합격한 과정이 쭈욱 떠오른다. 사춘기 맞아 나랑 이런저런 일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일방적으로 야단도 많이 듣고 지금도 어떤 부분에선 맘에 안 들어 서로 양보 안 하고 시끄러운 논쟁을 하기 일쑤지만, 어쨌든 제 갈 길을 스스로 찾아 한 발 한 발 내딛는 아이가 사랑스럽고 기특하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힘껏 안아주며 뽀뽀해줄란다.^^

 

그리고 내가 졌다. 남편은 오늘 소미에게 스마트폰을 선물하라고 문자를 해왔다. 저리 간절히 원하는데 요즘 시대에 안 사주는 것만 능사가 아니고, 그걸 필요한데 잘 이용하고 절제하는 것도 스스로 책임질 몫이니 이제 맡기란다.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할 즈음 조금 시들한 마음이 들게 하려면, 지금 사줘서 방학 동안 실컷 한두 달 가지고 놀게 하는 것이 낫다며…. 자기 반에서 달랑 홀로 스마트폰이 없던 우리 소미 오늘 로또 맞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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